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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ile/SmartPhone

스마트폰에서 피처폰으로의 복귀

1.
2000년대 초, 삼성에서 만든 m1000이란 풀터치폰을 시작으로 
모바일기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가 나오기 전에는 
palm m100, ibm workpad c3, sony clie sl10, sony clie sj33, 
싸이버뱅크 poz x301, 삼성 m600을 사용해보았다. 
구형이라 속도도 느리고 불편했지만 
참 만족하며 열심히 사용했다. 
갖고 다니며 책 보고 동영상을 볼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HTC 넥서스원을 시작으로 
LG 옵티머스원, HTC 레전드, 소니 x10 미니프로 모토로라 모토글램, 
모토로라 모토쿼티, 모토로라 디파이, LG옵티머스Q2, 
현재의 옵티머스LTE2까지 다양한 안드로이드 기기를 사용해보았다.

스마트폰중에 오래 썼던 것은
1년 가까이 사용했던 모토로라 디파이지만, 
지금까지 가장 오래 사용했던 폰은 
스마트폰이 아니라 일반폰(피쳐폰)인 LG-LH2600이었다.

2.
휴대폰에 관심이 많았던 내가 아이폰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 피쳐폰을 사용했던 이유는, 
인터넷 서핑을 제외하고는 스마트폰이 부럽지 않을 만큼 
잘 사용했기 때문이다. 
굳이 비싼 돈 들여가면 
스마트폰을 구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지금은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게 
피쳐폰 구입하는 것보다 더 저렴한 시대가 되었지만, 
당시만 해도 스마트폰의 할부원금이 수십만원에 달했다. 
무조건 45요금제 이상을 써야 요금할인을 받아서 
할부금을 안 내는 효과를 볼 수 있었다. 
그래도 부가세와 초과 사용요금을 더하면 5~6만원이 넘었다. 
피쳐폰 사용할 때는 기껏해야 2~3만원 나왔으니 
매달 3만원이 더 나오는 셈이었다.

"매월 3만원 이상의 비용을 들일 만큼 인터넷이 필요한가?"
의 결론은 "아니다"였다. 그래서 피쳐폰을 오래 사용했다. 
약간 불편하긴 해도, 메모도 되고 일정관리도 할 수 있다. 
음악도 듣고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백업도 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저렴해지고, 
월 2~3만원에 고사양의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굳이 피쳐폰을 고집할 필요가 없어졌다. 
자연스레 스마트폰을 구입했다.

3.
스마트폰은 생각보다 더 많은 장점이 있었다. 
필요한 어플을 마음껏 설치해서 쓸 수 있다는 점은 물론 
온라인백업, 3인 이상 메신저 회의, 실시간 지도, 
파일전송 등 피쳐폰이 흉내낼 수 없는 기능이 많았다.

위 기능들만 생각하면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삶을 편하고 윤택하게 해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사용을 권장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다.

4.
하지만 예상하지 못했던 단점들이 있었다. 
위의 기능들이 모두 무료라는 것은 모든 단점의 원인이다.

만약 지도 사용 20분에 100원, 메신저 1시간에 500원, 
파일전송 10메가당 10원 등의 제한이 걸려 있었다면 
지금처럼 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쏟아붓지 않았을 것이다. 
무료이기 때문에 우리는 
수많은 시간을 스마트폰에 허비하고 있다. 
"무료"는 장점이 아닌 단점이다.

우리는 무료라는 함정에 쉽게 걸려든다. 
무료이면서 아무것도 요구하지도 않기 때문에, 
우리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그것에 내어준다. 
시간 뿐만 아니라 감사와 즐거움, 
소중함까지 내어주기도 한다.

5.
너무 늦었지만, 어쩌면 감사하게도 난 그 사실을 깨달았다. 
공짜가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점과 
내가 스마트폰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래서 스마트폰의 유심카드를 꺼내어 
피쳐폰(롤리팝2)에 끼워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물론 공기계가 되어버린 스마트폰을 갖고 다니긴 하지만, 
인터넷이 안되기 때문에 사용상 제한이 많다. 
메신저도 안되고, 지도도 못 본다. 
인터넷 검색도 안되고, 뉴스도 볼 수 없다. 
오로지 스마트폰에 저장된 
음악, 영상, 도서 등의 컨텐츠만 감상할 수 있고, 
오프라인에서만 가능한 게임만 즐길 수 있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 검색을 위해 
주머니에서 무심코 폰을 꺼냈다가 
"아, 스마트폰이 아니지"하며
 다시 집어넣는 경우가 잦아졌다. 
처음엔 그냥 넣었는데, 
지금은 나중에 찾아보려고 메모를 해둔다.

주고 받는 연락이 많이 줄었다. 
그리고 문자메시지가 유료이고
 글자수 제한이 있다는 점 때문에, 
꼭 필요한 경우만 간결하게 주고 받게 된다. 
스마트폰에서 "ㅋㅋㅋ" 나 "응" 등의 
짧고 어쩌면 불필요한 메시지를 남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장점이 된다. 

또한 심심하면 습관처럼 접속했던 
뉴스페이지에 접속할 수가 없게 되었다. 
대신 폰에 넣어둔 성경이나 
기타 좋은 책들을 보게 되었다. 
역시 시간을 유익하게 보낼 수 있어서 
장점으로 다가온다.

통화하거나 메시지를 보낼 때, 
키패드가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메시지를 쓸 때에도 화면만 볼 수 있고, 
통화 발신이나 수신을 훨씬 간편하게 할 수 있어서 좋다.

롤리팝2는 화질은 떨어지나 
자동초점 기능이 있는 카메라도 내장되어 있고, 
인코딩을 하면 작은 화면에서 동영상 감상도 가능하다. 
물론 난 스마트폰 공기계를 갖고 다닐테니까 
크게 쓸 일은 없을 거 같다.

여전히 실시간 지도, 메신저, 파일전송, 
실시간 버스조회, 플래쉬 등의 기능은 아쉽다. 
하지만 무료의 그것들을 포기함으로 얻을 수 있는 장점이 많아서 
앞으로도 계속 피쳐폰을 사용할 계획이다. 
공기계 갖고 다니다가 정말 급한 상황에만 
유심기변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편리함과 유익함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