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OS와 구글의 행보
1. 애플과 구글, 스마트폰 시장에서 맞붙다
애플과 구글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맞붙으리라곤 정말 상상을 못했다.
애플은 컴퓨터와 OS를 만드는 회사이고, 구글은 웹검색엔진 회사였으니, 둘은 전혀 연관성이 없다.
하지만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맞붙을 만도 하다.
요즘은 컨버젼스기기의 시대라고 한다. 여러 기능들이 하나의 기기로 합쳐지는 것이다.
애플은 데스크탑 -> 노트북 -> MP3플레이어 -> 스마트폰(아이폰)으로,
구글은 웹검색엔진 -> 웹OS -> 스마트폰OS -> 스마트폰(넥서스원,넥서스S)으로 각각 영역을 확장해왔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다.
(1) 애플의 관점
애플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OS)를 함께 만드는 회사다.
기기를 많이 팔아서 이윤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고,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UI(혹은 UX)'를 그 방법으로 삼았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편하게 쓸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도 만들었다.
(2) 구글의 관점
하지만 구글은 소프트웨어(검색엔진)만을 만드는 회사다.
검색엔진을 통한 광고수입으로 이윤을 만드는 것이 주 목적이고,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많은 '웹접속'을 그 방법으로 삼았다.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 구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할까'를 고민하다보니
'구글캘린더', '구글메일', '구글독스', '피카사'등등을 만들었다.
애플과 구글은 둘다 스마트폰에서 멈출 회사들이 아니다.
스마트폰시장에서 부딪히긴 했지만, 영역 확장의 과정일 뿐이고
그들은 각자 가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애플의 행보에 별로 관심이 없다보니, 구글의 관점에서 글을 전개한다.
2. 구글의 수익구조
구글은 위에 적었던대로 많은 '인터넷 접속'을 이끌어내기만 하면 된다.
그들의 검색엔진을 사용하기 편하게 만들고, 각종 구글 서비스를 활용하게만 만들면 된다.
그 목적만 이룰 수 있으면 아군/적군의 구분이 중요하지 않다.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에서도 얼마든지 훌륭한 구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열어두었다.
안드로이드OS도 그 목적을 위해 만들어졌다.
안드로이드OS를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개발자 70%, 통신사 30%'의 어플수익구조를 만들어냈다. (애플은 개발자 70%, 애플 30%다.)
또 제조사에게는 'OS를 공짜로 뿌리는 짓(!)'을 했다.
다른 대안 없이 애플의 횡포(?)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제조사와 통신사들은
이 거부할 수 없는 엄청난 떡밥에 너나 할 것 없이 달려들었다.
애플은 브랜드이미지를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고가', '멋진 디자인'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야 비싸게 팔 수 있고, 많은 이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글은 그럴 필요가 없다.
저렴하게 만들어서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것이 목적이다.
광고 수입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레퍼런스폰'도 솔직히 구글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우리도 이 정도 할 수 있다' 정도의 자랑에 불과하다.
이미지가 깎이지 않게 고사양으로 만들어,
애플의 아이폰과 똑같이 가격을 책정해 경쟁을 유도했을 뿐이다.
* 넥서스원vs아이폰3GS, 넥서스Svs아이폰4 : 2년 약정시 199달러 (아이폰 16GB 기준) *
애플은 계속 고가정책으로 '좋은 기기'들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구글은 '고가정책'을 유지할 이유도 없고, 앞으로도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가 구글을 비판하는 것 중의 하나가
'안드로이드 마켓을 너무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애플은 사전 검사를 통해 '좋은 어플리케이션'만 앱스토어에 등록시켜주고,
불법복제를 최대한 막아서, 개발자가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주는데 비해
구글은 지금까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거의 방치 수준이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살짝 루팅만 해주면, '돈 주고 사면 바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불법복제가 쉽다.
어플 개발자들에게 수익을 보장해주지 못해서, 훌륭한 어플이 많지 않다.
3. 불법복제에 대처하는 구글의 자세?
이번에 나온 구글이 삼성과 합작하여 내놓은 넥서스S에는 SD슬롯이 없다.
'SD에 설치된 어플이 유출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노력'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불법공유는 '루팅' 후 '구입 후 환불'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
구글이 레퍼런스폰인 넥서스S의 SD슬롯을 없앴어도, 모든 안드로이드폰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SD슬롯이 있는 폰을 원할 것이고, 역시 제조사들은 SD슬롯을 장착할테니까.
필요한 것은 '루팅'방지 시스템이다.
이것도 구글에서 완전하게 해줄 수 없다.
각각의 기기마다 루팅방법이 조금씩 다르다.
폰제조사의 영역이라는 얘기다.
구글은 앞으로도 OS만 열심히 만들어내고, 약간의 업데이트를 제공할 뿐
더이상의 책임은 져주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수도 없다.
'루팅'은 '제조사가 알아서' 막아야 하고
'구입 후 환불'은 '통신사가 알아서' 막아야 하는 영역이다.
물론 '안드로이드 마켓'은 확실히 손 볼 필요가 좀 있다.
4. 안드로이드폰의 미래
앞으로도 '아이폰'은 '럭셔리한 브랜드이미지'로 승승장구 하겠지만,
'안드로이드폰'은 어플 수가 딸려서 '부족한 스마트폰'이란 이미지를 벗을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저렴해서' 많은 사람들이 구입하게 되고,
구글은 '더 많은 광고수익'을 올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아무리 고사양 안드로이드폰이 출시되어도, 그에 걸맞는 훌륭한 어플(게임 포함)이 나오지 않을 것이고,
결국 성능의 2~30%밖에 사용하지 못하는 '이름만 고사양'폰으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벌써 그 현상은 나타나고 있다.
아이폰을 구입한 사람들은 어플의 홍수 속에서 허우적대며 잘 활용하고 있지만,
많은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들(갤럭시S 사용자 포함)은 몇 안되는 어플들만 사용하고 있다.
그냥 MP3플레이어, PMP, 카메라, 카카오톡 정도만 활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5. 구글의 목적
'심비안폰'의 영역이 '저가 스마트폰'이고, '아이폰'의 영역이 '고가 스마트폰'이었다면,
구글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빠른 속도로 잠식하고 있다.
'아이폰은 너무 비싸고 심비안폰은 너무 느려'의 중간쯤 되는 폰.
하지만 성능과 어플 활용도는 아이폰의 '7~80%'정도 되고, '인터넷 접근성'은 아이폰을 능가한다.
구글이 궁극적 목적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의 장악이 아니었을까.
6. 개인적 결론
안드로이드폰은 굳이 고사양 폰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
내가 넥서스원을 사용하다가 옵티머스원으로 옮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고사양폰의 성능에 따라주지 못하는 어플들을 보면 '차라리 아이폰이 낫지'란 생각이 든다.
쿼드코어CPU에 그래픽카드 GT9800 장착한 컴퓨터로 너구리게임만 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그런데도 아이폰4와 같은 가격에 갤럭시S를 구입하는 것을 보면 정말 안습이다.
게다가 이번에 LG에서 듀얼코어CPU를 장착한 옵티머스 2X를 발표했지만,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소프트웨어는 따라주지 못하는데, 하드웨어가 너무 앞서 나가는 느낌이다.
옵티머스원이 정말 느리긴 느리다.
터치반응이 느려서 키네틱 스크롤이 내 마음대로 작동되지 않는다.
손에 더 힘이 많이 들어가서 오랫동안 인터넷서핑 하기 힘들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과 유지비만 생각하면,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일년 내내 매일 빈둥거리며 노는 사람이 아니라면,
잠깐잠깐 사용하는데에 '저렴한 안드로이드폰'만한게 없다고 자부한다.
요즘엔 SK에서 안드로이드폰을 '요금제자유'로 판매하고 있다.
아마 내년(2011년)에는 더 많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은 '아이폰을 구입하거나 저가 안드로이드폰을 구입하라'는 것. ^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