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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포기

07/11/12 21:17 포기 (PDA 작성)
 
하다가 중간에 포기하려면 처음부터 하지 마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
그 말을 자주 들었던 사람이 바로 나이기도 했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이가 중간에 포기할 것을 아는 사람'과 '중간에 포기하기로 마음 먹고 행동하는 사람'이 있을까?
 
둘 다 명확한 답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문자적으로만 따지자면 '없다'가 맞겠지만, 높은 확률로 인해 무조건적인 부정은 어렵다.
 
강압적인 분위기나 타의에 의한 것이 아닌 이상 약속은 '무조건' 지켜야 한다.
상황이 바뀌었으므로 약속은 어길 수도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의 모든 약속은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다. 변하지 않는 세상은 없기 때문이다.
 
습관, 버릇은 웬만해선 잘 바뀌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다.
약속을 자꾸 어기는 사람도 '약속을 자꾸 어기는 버릇'이 들어서 그런 것이다.
처음에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어겼을 수도 있지만, 그게 습관이 되고 버릇이 되면 이성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외쳐도 행동은 그 습관으로 인해 약속을 어기고 만다.
 
'다짐' 혹은 '의지'는 자신과의 약속이다.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든,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든, '다짐했던 것을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은 하나의 습관으로서 웬만해서는 변하지 않는다.
좋은 습관은 제2의 천성이라고 하는 명언은 습관의 불변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위에 '중요하다고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든'이란 말을 썼는데, 그건 참 중요한 부분이다.
스스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중간에 포기해 놓고 '난 안 되는 것을 붙잡는 바보가 아냐'라며 자찬하는 사람만큼 바보는 없다. 그런 것들이 반복되면 나중엔 '중요하다고 생각해도(!)' 나도 모르게 포기하게 된다.
 
 누구나 약속을 할 때 '자의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서 '자의'는 아주 작은 환경의 영향도 배제된, 진정한 의미의 '자의'이다.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되면 약속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 하에서 처럼.)
중간에 포기한 사람도 처음에는 다짐(자신과의 약속)할 할 때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시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나는가?
 
예를 들어 '오늘은 하루 종일 공부만 해야지'라고 다짐했다면, 그 이유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어서 성적을 올려서 부모님과 선생님의 칭찬을 받고 친구들의 부러움을 사고 싶거나 합격을 해서 취업전선에 빨리 뛰어들어 결혼을 하고 부모님께 효도하겠다는 등의 이유 말이다.
 
그런데 만일 당신이 다짐했던대로 실천하지 못했다고 해보자. TV가 보고 싶어졌거나, 친구가 불러서 놀러 나갔다거나, 공부가 싫어졌거나 하는 이유들 말이다. 뭐, 아주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아닐 거 같다.
 
여기서 위 다짐의 '순수성(!)'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지키지 못했을 경우, 처음의 다짐은 어디로 사라져버린 걸까. 아니면 위의 '예외적 행동'이 원래의 다짐 안에 포함되었던 것일까.
 
난 그 답을 후자라고 본다. 당신이 했던 다짐 안에는 '예외 사항으로 TV가 보고 싶은 경우에는 그 계획을 철회할 수 있다'라든지 '여자친구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다'라는 어떤 전제 같은 것이 아래 깔려 있었을 것이다. 당신이 알 수도 있지만, 모를 수도 있다. 긍정할 수도 있지만, 부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아느냐 모르냐 혹은 긍정하냐 아니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행동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행동은 생각하는 것들의 실상이다.
 
약속을 지키는 것이 어려우면 말을 꺼내지도 말라. 혹 주위에서 물어보면 '다시는 .. 않겠다'는 식의 '단정적인 태도'가 아니라 '당분간 쉬겠다'는 말 정도로 덮어두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거 도와줄 수 있어요?" 했을 때, "네, 뭐든지요" 했다가 막상 지키지 못하고 이런저런 핑계대는 것보다 도와줄 수 있는 만큼만 확실히 말하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것이다.
 
다짐도 마찬가지이다. 상황에 따라서 달라지는 사람이 '다짐'을 하면, 자신뿐만 아니라 남도 괴롭게 만든다. 차라리 지킬 수 있는 아주 작은 약속 혹은 다짐만 해서 점점 자신감과 자존감을 높여가는 것이 필요하다.
 
위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1. 다른 사람이 포기할 것을 아는 사람이 있는가?
- 어느 정도 그렇다. 위에서 얘기했듯이 자신 안에 '변할 수 있는 여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매사에 그렇기 때문에 예상이 가능하다.
2. 중간에 포기하기로 마음 먹고 시작하는 사람도 있는가?
- 어느 정도 그렇다. 역시 그 답은 1번과 마찬가지다.